그리스 문화에 심취한 것으로 유명한 두 로마 황제의

관심사가 달랐던 것은 흥미롭다.

하드리아누스는 주로 조형예술에 관심을 기울렸지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에만 관심을 쏟았다.

하드리아누스에게는 '아름다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는 '진리'가

관심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움도 진리도 그리스 문화의 최종 목표이기는 했지만.

 

로마인 이야기 11 종말의 시작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  P.232

 

1. 

여행을 다니면서 책을 들고 가서

오롯히 한권을 다 읽은 것은 처음이다.

특별히 상세한 계획이 없이 다녀온 여행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2.

11권은 오현제의 마지막이자 파토스로 인생이 가득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그의 아들 콤모두스를 거쳐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일 유명한 사람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니깐

가장 책의 비중도 많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황제라서

더욱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3.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만큼 열심히 사색하고 공정하려 애쓴 황제도 드믈다

명상록을 쓰기도 했고 명상록에는

"사람은 사색에 몰두하고 싶을 때면 한적한 곳에 틀어박힌다.

시골에, 해변에, 산 속에.

그대도 옛날에는 자주 그것을 꿈꾸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해결책이다.

정말로 자신의 마음과 대면할 필요를 느낀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내면으로 도망쳐 들어갈 수 있다." (P.214)

라고 이야기할 만큼 먹물향이 가득하고 책임감도 투철했던 황제.

 

결국 전쟁터를 떠돌면서 제국의 방위에만 열중하다

제2차 게르마니아 전쟁 2년차 겨울 숙영지인

빈(빈도보나) 에서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4. 

누구보다 철학적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황제이나

그의 아들 콤모두스는 누구보다 무능했고 결국에 암살 당한다.

이후 몇 명의 사람들의 짧은 제위를 거쳐 세베루스로 정리되나

세베루스의 아들도 그 유명한 카라칼라 이기 때문에

능력 좋은 아버지의 무능한 아들이라는 점에서는 

아우렐리루스와 세베루스도 공통점이 있다.

 

하드리아누스의 순행으로 마련된 안정된 사회가 

피우스를 거치면서 모든 역량이 소진되었고

아우렐리우스는 그것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그의 죽음 이후에 모래성이 무너진 느낌.

 

운명이라고 하기엔 노력한 것에 비해 가혹한 결말 같아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황제이다.

 

나는 물잔의 물을 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깐.

 

5.

1월의 태국은 적당히 덥고 비도 오지 않아 너무 여행하기 좋았다.

방콕에선 친구를 봤고 끄라비에서는 피피섬도 보고 락 클라이밍도 했고.

 

끄라비는 너무 평화로운 동네라서 기분이 묘했다.

내가 한국에서 뻘짓거리하면서 힘들어 하고 있을 때에도

이 곳은 항상 이렇게 평화롭겠구나.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도

이 곳은 계속 평화롭구나.

 

그 곳에서 찍은 사진을 지금 봐도 매우 아름답지만

그 당시엔 내 마음에 오롯이 들어오지 못했고

온전히 그것을 즐기지는 못했다.

 

6.

끄라비에서 락클라이밍을 할 때마다 

떨어지지 않으려도 바둥바둥 거리면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일종의 인생을 은유하는 메타포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많은 사람들이 줄 하나에 의지해서

큰 절벽에 아둥바둥 매달려 있는 것도 굉장히 기괴한 장면이었다.

 

Bottom 과 Top 사이 어딘가에서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어딘가로 떨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의 인생 같았다.

 

7.

끄라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락클라이밍. 사랑의 이해. 헤어질 결심.

 

이번 여행에서 가거나 보거가 읽었던 것들이다.

상당히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지만

나에게는 묘하게 연관이 있다.

 

저 모든 것이 나에겐 

이도저도 아닌 상태거나...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같다.

 

결국 어딘가 선이 있고

그 선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그 선을 넘거나 넘지 않으려

아둥바둥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나는 특별히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인도의 위인임에도 석가모니를 따르는 인도인의 수는

어째서 그렇게 적은지 궁금했고 그 대답을 찾고 싶었다.

 

석가모니는 세계적인 종교를 창시하기 위해 길을 떠난 것이 아니었다.

석가모니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나는 삶의 부침을 통해서만 공감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깊이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일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히트 리프레시 / 사티아 나델라 / 흐름 출판 / P.22

 

1. 

대화를 나누다보면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어? 나와 같은 부류인데?"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고 약간 놀랬다.

 

그렇다고 MS CEO 와 동급으로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같은 부류... 스타일... 종자... 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MBTI 가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2. 

자기개발 / 경영에 속하는 책은 무척 싫어하지만

전자책으로는 그런 책을 주로 보게 된다. 

 

뭐랄까...

전자책으로는 고상한 책을 읽으면 안될꺼 같은 생각이 들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다보면

주식투자 / 자기개발 / 경영과 같은 책을 보게 된다.

 

결론은 리디북스 셀렉트에 공짜로 있어서 보게 된 책.

 

3.

MS CEO 로 몇 년을 근무하는 사람이니 

개인적인 능력은 뛰어나겠지만 

의외로 놀란 점은

그가 살았던 모든 과정이 엘리트 코스(?) 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 / 어머니의 직업을 보면 마냥 흙수저는 아닌 것 같다)

 

위 대목은 그의 첫째 아이가 신생아가사로 인해

심각한 뇌성마비에 시달릴 것을 알게된 부분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자신의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앞으로 펼쳐질 크기를 알 수 없는 고통과 마주하는 순간을 겪었던

그는 이제 담담하게   

"일시성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일을 더욱 차분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에든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게 된다."

라는 말을 하고

"그런 순간이 와야 비로소 공감 능력을 더욱 키우고

주변의 모든 존재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게 된다"

고 이야기 한다.

 

전반적으로 책에서 공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내부적은 평가를 잘 모르겠지만 외모로만 봐서는 

전임 CEO 인 스티브 발머보단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같다. 

 

4.

최근에 우연치 않게 EO 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축구선수와 무명배우를 거쳐 개발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를 봤다.

 

어린 사람은 분명한데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서 그런지

그가 말하는 많은 말들이 무척 어른스럽기도 하고 

담담하게 운에 대해서 

"사람이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면 운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좋았다. 

 

5.

생각해보면 크게 어려운 인생을 살았던 사람은 아니다.

 

무난하게 공부해서

무난하게 대학 입학했고

무난하게 회사에서 아직까지 일하고 있고...

 

그 동안 큰 어려움 없이 온실 속의 화초 마냥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온실 속에도 가끔은 찬바람이 들어오듯이

남들의 시선에는 하찮은 고통으로

이렇게 아파하는 것이 맞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 하찮은 고통만으로도

나의 생각과 마음이 점점 깊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6.

하지만 베트남에서 회복된 나의 마음은 다시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가볍네... 가벼워...

 

7.

남의 성공스토리를 들으면 마음이 웅장해지는 것이 당연한지

책 초반 자기 인생과 MS CEO 로 일하는 대목은 재미 있는데

후반에 클라우드 / 양자컴퓨터 등을 이야기 하는 대목은 재미 없다.

 

그래서 중간에 읽다가 관둠.

가볍네... 가벼워...

베스파시아누스는 이 '황제법' 에서 볼 수 있듯이

제정의 전제화를 크게 진척시켰지만,

흥미롭게도 9년에 걸친 그의 치세는 온당한 통치로 일관했다.

 

원로원의 불신임권을 박탈할 필요도 없을 정도의 선정이었다.

역사가들의 말에 따르면 특기할 만한 서건이 전혀 없었다.

 

특기할 만한 사건이 없었던 것은 선정과 행운이 겹쳤기 때문이지만,

베스파시아누스 자신의 출신과 평소의 서민적인 행동거지,

그리고 건전한 상식이 그의 인상을 부드럽게 해주었을 것이다.

'서민 황제'가 베스파시아누스의 모습이었다.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거기에 만족하고, 그 효력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특기할 만한 사건이 없다는 것은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손을 쓰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마인이야기 8 위기와 극복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 P.265

 

1.

갈바 / 오토 / 비텔리우스 를 거쳐

베스파시아누스와 그의 아들인 티투스 / 도미티아누스 황제

그리고 오현제의 시작인 네르바 황제에 대한 이야기.

 

갈바부터 비텔리우스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허황된 욕심을 가졌을 때

발생하는 혼란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베스파시아누스부터 네르바까지는

준비된 사람 혹은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황제가 되었을 때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왜 위기가 생기는지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는

의외로 단순한 이유로 정리된다.

 

2.

 베트남 출장은 기대한 것보단 쉽게 정리되었고 이슈도 별로 없었다.

마지막엔 일이 없어서 법인에서 책을 보면서 소일거리를 할 정도...

 

운도 좋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어찌저찌 큰 일 없이 무탈하게 정리되었다.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측은지심인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고

조금이라도 더 그들에게 잘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짧은 시간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돈 / 선물과 같은 물질적인 것들이겠지만

언어의 커다란 단절이 존재하는 그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물질적인 것을 통하지 않으면 

나의 마음을 그들에게 적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다른 수단도 없다.

 

아무리 번역기를 쓰고 그들의 몸짓과 표정을 이해하려고 해도

서로의 마음은 우리의 중간 어딘가에서 계속 헤매고 있고

그 모호한 상태를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지만

결국 문화와 언어가 다른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한계만 느낀 것 같다.

 

3.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는 우리가 바뀌는 수 밖에 없어"

라는 대사가 나오는 영화를 봤다.

 

우둔한 리더와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든 요즘

살려면 결국 내가 바뀌어야 하는 건가 싶다.

그리고 하드리아누스의 문제 해결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군단기지 내부의 책임체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조직의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 선결문제였기 때문이다.

조직에는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당사자 자신이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종다양한 인간이 섞여 사는 게 인간 사회니깐 

이런 부류의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런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그 조직의 기능은 퇴화한다.

 

로마인 이야기 9 현제의 세기 / 시오노 나나미 / 민음사 / P.289

 

1. 

로마의 오현재 시대의 황제 중에 초반 3명인

트라야누스 / 하드리아누스 / 안토니오 피우스

에 관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카이사르 : 아우구스투스 : 티베리우스 =  트라야누스 : 하드라아누스 : 안토니오 피우스

으로 생각하고 현대에 비추어 보면

카이사르 : 아우구스투스 = 스티브 잡스 : 팀 쿡

의 관계로 생각한다.

 

초반에는 거침 없이 영토를 넓히거나 사세를 확장하고

중반에는 제도를 정비하고 

마지막에는 기존의 제도를 안정감 있게 유지한다는 관점으로

위와 같은 등식을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동의할지 모르겠다.

 

하여간 네로 황제 이후 혼란한 로마 제국이

다시 안정감을 찾게 만드는 황제들의 이야기

 

2.

하드라이누스 황제는 순행으로 유명하단다. 

 

통치기간 동안 로마에 잘 없고 속주를 계속 다니면서 

현지 시찰을 많이 한 황제인데

그렇게 외지를 돌아다니면서 고생한 것 치고는

막판에 주변에 많이 꼬장을 부려서 그런지

사후에 원로원에서 신격화를 거부했단다.

 

아둥바둥 열심히 살아봐야 무의미 무쓸모....

 

나중에 오현제라고 해도 

살아있을 땐 꼬장부리는 노인이었을 뿐...

 

3.

위의 문장은 책 첫표지에 나오는 문장 중에 하나이다.

 

첫표지에 있으니 당연히 맘에 들 수 밖에 없는 문장이지만

요즘 나의 처지에 딱 맞는 문장이기도 하다.

 

서로 모른 척하는 구성원...

점점 퇴화되는 조직... 

 

현타 오게 만드는 사람들만 주변에 가득하다

 

4.

20년 전에 이 책을 읽을 땐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다시 읽어보니 참 팬레터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엄청 로마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쓴 팬픽 같다고 할까?

 

읽다보면...

아~ 이 양반 회사 생활 안해봤네... 

아~ 이건 이게 아니지~ 갑갑하네~ 

뭐 이런 반응이 가끔 나온다.

 

그래도 딱딱한 역사물보단 말랑말랑한 팬픽이라서 읽기는 좋다.

정도전의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는 

사회적 개혁은 국민의 수준을 넘어서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기 싫어하지만 이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국민들이 눈앞의 이익을 초극하지 못하고,

피상적이고 표피적인 개혁과 근본적인 문제를 구분하지 못할 때

개혁의 추진은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중 선택하지 않은 삶, 5백 년 역적 - 정도전 (임용한) / P.128 / 푸른역사

 

1. 

최근 부산 여행을 갔다 왔고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샀다.

뭔가 의미 있는 책을 사려고 했는데

최근에 역사에 몰입해서 그런지 

아님 요즘 나의 처지가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유독 눈에 뜨였다.

 

2.

헌책방에서 샀으니 아직 판매가 되는 책인진 모르겠지만

역사학자 18명이 31명의 인물에 대한 글을 모은 책이고

고구려부터 해방 이후까지 역사를 다룬다.

저자가 다양해서 저자별로 글의 수준 편차도 심하고

조선 이전에 역사에 대해서도 다루기 때문에

내가 고구려에서 고려까지는 조선만큼 잘 몰라서 그런지

앞에 부분은 내용이 잘 와닿지도 않는다.

그냥 단순히 글자를 읽은 기분 

 

3. 

위의 글은 정도전에 대해 임용한 교수가 쓴 글의 일부이다.

책에 수록된 다른 인물에 비해

유독 가독성이 좋고 술술 읽히고 내용도 맘에 들어서 

저자를 보니 임용한 교수였다.

다큐멘터리 전쟁사를 통해 그의 화법에 익숙해서 그런지

혹은 그의 기본적인 철학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유독 이 편이 와닿았다.

 

4.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국민의 수준이 퇴보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옆에서 벼락 부자가 되었다는 배아픔도 있고

그런 사실을 자랑하듯 인터넷에 올리는 문화도 있고

그런 사실이 검증될 여지도 없이 순식간에 퍼지는 문화도 있고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사회 의식이 지나치게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가 반드시 우상향할 순 없고 

퇴보와 전진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태원처럼 안타까운 일들도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지금의 퇴보는 너무 급격한 것 아닌가 싶다.

 

5.

베트남에 출장을 왔다.

 

너무 오랜만에 온 베트남이라

예전엔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착하다.

 

한국 사람에 대한 호감도 많은지

호텔 / 협력업체 / 법인에서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한다. 

 

어느 오래된 집단에 갑자기 나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어

가끔은 고등학교에 온 교생 마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기본적인 태도는 나에 대한 호의라는 것을 알고 있어

기분 좋게 그 관심들을 받아들이곤 한다.

 

다만, 이 곳에 출장을 온 일부 한국사람들은 뭐하는 사람인가 싶다.

 

한국에선 찐따 같은 사람들이 여기선 왕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많은 출장 경험으로 이래저래 많이 오염된 사람들이 

그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조차 없이 자랑처럼 떠들어댄다.

 

그 정도의 의식... 경멸스럽다.

 

5.

출장도 이제 2주가 지나갔고 앞으로 2주가 남았다.

오랜만에 출장 나오니 몸이 힘들다. 

피곤하다.

마키아밸리는 

휼륭한 지도자를 두 부류로 나눈 바 있다.

 

하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뭐든지 자기 혼자서 해버리는 사람.

 

또 하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한테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은 남에게 맡기는 사람.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첫번째 부류이고,

아우구스투스는 두번째 부류였다.

 

로마인 이야기 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 P.237

 

1.

로마의 인프라스트럭처에 관한 책

 

가도와 수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의료와 교육은 맛보기로 넣은 느낌.

 

건축이나 행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도 아니고 

단지 로마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저자라서

눈에 보이는 것 / 지금도 많은 흔적이 남은 것 / 

그래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도로와 수도를 주로 다룬 느낌이 든다.

 

그동안 로마 / 아테네 / 에페소스를 다녀와서 그런지

책에서 언급하는 장소가 어디에 위치한 지역인지도 알고

책에 삽입된 사진들을 보면 실제로 가서 본 곳들도 많아

처음 읽었을 때보단 이해가 깊어진 것 같다.

 

2.

아우구스투스가 내전을 종식시키고 

국경을 라인강과 도나우강으로 확정한 이후

로마는 군사력을 인프라스트럭처 보강에 투자한 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하고 

남은 군사력을 대륙 진출을 위해서 소모해버린 것을 보면

 

급격한 확장 이후에 잠시 숨고르기는 

다음 도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3.

뭐든지 할 수 있어서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서 혼자 하는 요즘이다.

 

나만의 성을 쌓아 그 속에 나를 유배시키고

주변을 보지 않고 듣지 않으려 한다.

 

그게 요새 나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4.

제주에서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라는 기획전시를 봤는데

전시에서 봤던 강강훈 작가의 그림이 

지난 달에 집 근처 백화점에서 전시를 하고 있어 ‘뭐지?’ 했는데

 

오늘은 올해 인상 깊게 본  ‘디터람스’ 에 나온 브라운 제품을

동일한 백화점에서 전시하고 있어 또 한번 ‘뭐지?’ 했다.

 

브라운 제품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으나

그런 사람들은 주위에 전혀 없는 관계로 패스.

 

5.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일어 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고

나의 중력에 이끌리는 것들은

어떻게든 다시 조우하게 되는 것 같다.

왜 자기 혼자 모든 것을 생각하고 실행해야 하느냐는 탄식은

모든 것을 혼자 생각하고 실행해온 사람이

자주 빠지는 일시적인 슬럼프이고,

이 한때의 슬럼프를 빠져나가면

그 사람은 자기연민을 토로한 것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듯이

다시금 정력적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상태로 돌아가는 법이다.

 

로마인 이야기 7 악명 높은 황제들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 P.219

 

1.

로마인 이야기 7권은 아우구스투스 이후

칼리쿨라 / 네로 와 같은 막장 황제들에 대한 이야기 이고

위에 대목은 티베리우스에 관한 부분이다.

 

2.

티베리우스를 보면

군사적 정치적으로도 완벽한 사람이지만

사람에 지쳐버린 사람 같다.

 

매우 친했던 남동생도 일찍 죽고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첫번째 부인과 원하지 않게 이혼하고

첫번째 부인에서 얻은 아들을 차기 황제로 생각하지만

너무 믿었던 부하와 며느리에 의해 그 아들도 독살 당한다.

 

남은 가족와는 사이가 좋지 않고

존중했던 원로원의 인사들은 힘든 문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다보니 국민들에게도 인기가 없다.

 

재위 말기에는 이러한 빡침이 누적되어 

그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 죽는다.

 

평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악명 높은 황제로 평가받는 것이 안타까운 사람.

 

왜 그가 로도스 섬과 카프리섬으로 도망쳐서

한동안 지냈는지 알 것 같다.

 

3.

요즘  현타가 많이 와서 즐겁지 않다.

 

사람을 보는 것 자체가 짜증나고

눈 앞에 누군가 있는 것 조차 싫다.

 

꽤 많이 일도 했으니 "일년정도 쉴까?" 싶고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도 싫으니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류현진의 마음으로 

오롯히 혼자서 마무리를 하자는 생각이다.

 

4.

너무 답답해서 갔던 제주에서

걷고 걷고 또 걸으니 마음도 차분해지고

중간에 들린 카페들에서 

티베리우스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의 행동이 이해도 되고 나에 대해서 돌아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나를 치유하고 김포에 도착했는데

서울은 사람도 너무 많고

길에 차도 너무 많아

도착한지 한 시간도 안되어서

다시 또 짜증에 짜증

 

눈 앞에 사람이 어른거리는 것 조차 싫은 요즘이다.

 

지성은 지식만도 아니고 교양만도 아니다.

 

지성은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않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도 꿰뚫어보는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꿰뚫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상황을 통찰한 뒤에

그것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최선인지도 이해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지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 6 팍스 로마나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 P.256

 

1.

예전에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이 책을 읽으시는 모습을 보고 궁금했다.

 

젊은 시절 시를 써서 등단(?)도 하셨고

돌아가시기 전엔 소설도 쓰셨던 그러나 출판은 되지 않았던

나와는 소통이 거의 없던 그 분이 읽던 책이 궁금했다.

 

그런 호기심으로 처음 읽었고 나중에는 내가 재미있어서

그녀의 신간이 출판될 적마다 매년 구입해서 봤다.

 

2.

회사 입사 면접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군지 묻는 질문에

아우구스투스라고 답했다. 

 

카이사르가 진정한 천재라면 

아우구스투스는 평범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다다를 수 있는 경지라고 생각했고

천재가 아닌 내가 지향해야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했다.

 

3.

97년에 읽었던 책을 22년에 다시 읽으니

처음 읽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중간에도 몇 번 읽었지만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은 안난다)

 

처음 읽을 때는 언급되는 지명이 너무 낯설어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면

이젠 내가 가본 곳도 많고 구글맵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으니

더 이해가 잘 되는 것도 많았고

 

당시 로마에서 행하는 일들이 지금의 미국과 유사하다는 것과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가령,

티베리우스가 중간에 은퇴하고 로도스 섬에 갔던 일이나

아우구스투스가 혈연에 집착하는 이유 등등...

 

4.

요새는 의욕도 떨어지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휴직을 하고 좀 쉴까...

회사 생활도 오래 했는데 일 년 정도는 쉬어도 되지 않을까...

돈은 적당히 있으니 제주도나 가서 좀 살아볼까...

오만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지 티베리우스의 은퇴가 더 와닿았을지도.

 

5.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마인이야기를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누군가 말도 없이 내 책을 정리해서 

이제는 3권만 남았다.

 

당시에는 너무 분노했고

한동안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빠진 것들을 다시 사기로 결심했다.

 

내 책도 알라딘 어딘가에 있을테고

돌고 돌다보면 다시 만나겠지.